아 심심해. 진짜 너무너무너무 심심해. 원우는 이쪽으로 뒹굴 저쪽으로 뒹굴 굴러봤지만 툭 불거진 척추뼈에 닿는 촌스러운 벽지가 발린 벽과 노란색 장판뿐이었다. 여서도의 낮은 조용했다. 어르신들은 다 뱃일이나 작업을 하러 가서 집들은 다 비워져있고. 그건 민규네 집도 마찬가지. 김민규 언제와 나 진짜 너무 심심해. 또 오른쪽으로 뒹굴. 왼쪽으로 뒹굴. 김민규 방이나 구경해볼까.

주인만큼이나 단정한 방. 잘 개켜진 이불. 낮은 책상에 여러권 꽂힌 책들. 그 중에 자신이 안본 책을 골라들고 볕이 잘드는 마루로 나가 책을 읽기 시작하는 원우.



그 시각 민규. 

"순영아"
"엉?"
"담배 사러 가자"
"그래 가ㅈ...뭐???"

어.. 아니 우리집 아저씨가 사다주라고 해서. 민규는 순진하게도 슈퍼 아저씨한테 설명중. 아니 제가 피려는게 아니구요. 정말이에요. 저희집에 잠시 사는 아저씨가 사다 주라고 하셔서. 정말인데... 못 믿으시겠으면 전화해보실래요? 아... 나 아저씨 번호 모르는구나. 

그렇게 세곳의 슈퍼에서 쫓겨난 민규는 밍무룩하게 배를 타고 여서도로 돌아오겠지. 
이거 순진한건지 멍청한건지 이제 좀 구분이 안가는 부분.


터덜터덜 대문을 밀고 들어오는데 마루에서 잠든 원우를 발견. 손에는 자신의 책으로 추정되는 수학의정석이 들려있고.... 민규 조용히 다가가서 무릎을 모아 안고 자고있는 원우 관찰. 원우는 마루에 옆으로 누워있고 민규는 마당에 쪼그려 앉아 있으니까 눈높이가 맞는거지. 원우 눈 뜨자마자 민규 얼굴이 코앞에 있고. 민규는 원우가 갑자기 눈뜨니까 또 놀라서 뒤로 쿵! 민규 엉덩이에 멍은 안들었나 모름ㅇㅇ 민규 어버버 하는데 원우 일어나지도 않고 손 내밀어. 민규는 잡고 일어나려고 원우 손을 잡지.


"아니 멍멍아. 손 말고 담배"

민망해진 손을 거두고 민규 일어나서 바지를 툭툭 털어. 고등학생한테는 담배 안 팔아요. 원우는 바로 앉아서 기지개를 켜며 말하겠지. 응 알아^^




"아저씨"
"형"
"형씨"
"...뭐?"
"형이랑 아저씨를 합성 해봤어요"
"너무 줄인거 아니고?"
"핸드폰 번호 알려주세요"

슬리퍼 찍찍 끌며 자신을 따라오는 원우를 힐끗 보며 민규가 말해. 원우는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말하지. 나 폰 없는뎅? 민규는 그런 원우 슬쩍 보고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아. 

민규랑 원우가 도착한 여서도 유일한 슈퍼. 원우는 제발 담배가 있길 기도하며 슈퍼문을 여는데 잠겨있어. 뭐야 이거 왜이래. 민규는 어깨를 으쓱함. 자주 비우세요. 원우의 절망적인 표정에 민규는 살짝 웃음이 나와. 그리고 슈퍼문 옆에 있는 벨을 누르지.





"그거 맛있어요?"
"쓰읍"
"그냥 물어본건데"
"쪼꼬만게"
"키는 내가 더 큰데"

중얼 거리는 민규를 보고 원우가 말하지. 원래 피는거만 못한데 맛있네. 민규는 허공으로 흩어지는 담배연기 한 번. 담배피는 원우 옆모습 한번 봄. 형씨 연기랑 얼굴 같이 보니까 그거 같아요. 

"뭐 도깨비?"
"아니요"


여신이요.
Posted by 우지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