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은 요즘 친구 김민규가 자신이 알던 김민규가 맞나 의심이 들었다. 어느 날은 담배를 사러 가자고 했다. 물론 같이 가주긴 했으나 멀리서 지켜만 봤다. 어느 날은 또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게이를 만난 적 있냐고 물어왔다. 그리고 또 오늘은...
"순영아 너 개똥 밟아 봤어?"
"개똥 먹는데 카레 얘기하지 말아줄래?"
"더러운새끼..그걸 왜 먹어"
"......매점이나 가자"
갑자기 턱 하니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는 민규를 보고 순영은 별 감흥 없이 크림빵을 삼켰다. 민규는 표정없이 크림빵을 삼키는 순영에게 눈짓했다.
"뭐ㅡㅡ 뭘 어쩌라고 새끼야. 안 줘"
순영은 크림빵을 전투적으로 씹어 삼켰다. 민규는 고갤 갸웃거렸다.
"이 느낌이 아닌데... 조금 튀어 나왔... 진짜야? 진짜????"
들고있던 포켓몬 빵을 떨어뜨린 민규가 입을 허 벌렸다. 순영은 그런 민규 입에 한입 남은 크림빵을 물려줬다.
"아... 이새끼 요즘 진짜 병신같아"
"멍멍아 햄 사 왔어? 보끔빱해죠"
"점심 또 안 드셨어요?"
"네가 있어야 먹지"
마루에 늘어져 있던 원우가 벌떡 일어났다. 대문이 열리고 민규가 들어오자 원우는 보이지 않는 꼬리를 흔들며 달려갔다. 자신이 멍멍이 같다는 건 모르는 모양인지 원우의 보이지 않는 꼬리가 민규를 향해 사정없이 흔들렸다. 보끔밥 보끔밥. 노래를 흥얼거리는 원우를 보고 민규는 교복도 갈아입지 못하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런 민규를 쫄쫄 쫓아가는 원우의 발걸음이 경쾌했다.
원우는 연신 엄지를 치켜들고 볶음밥을 먹었다. 그런 원우를 보며 민규는 자식이 밥을 먹는 거만 보고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부모 마음을 조금 이해했다.
"많이 드세요"
민규가 자신의 몫으로 덜어놓은 볶음밥을 원우쪽으로 밀어줬다. 볼에 빵빵하게 들어찬 볶음밥을 씹으며 원우가 말했다.
"느드모거마이따(오물오물)"
"물도 드세요"
자신이 건네는 물을 마시고 가슴을 콩콩 두드리는 원우를 보며 민규의 가슴이 쿵쿵 뛰었다.
"형씨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나?"
"네"
"뭐 하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음... 다른 사람 밑에 있을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아닌데? 내 위로 무식하고 힘만 센 사람 한 명(승철) 막말 쩔고 예민한 사람 한 명(정한) 어쩌면 제일 도른자(홍조슈아)까지 윗사람 세 명이나 있어"
"그거 정말 의외네요"
원우는 다시 볶음밥을 입에 앙 집어넣는 것에 집중했다.
"그 이상한 집단에서 형씨는 무슨 이상함을 담당해요?"
원우는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고 포즈를 취했다.
"으른섹시"
때마침 대문을 열고 들어온 김씨는 못 볼 꼴을 본 듯 빠르게 뒤를 돌았다. 그리곤 지체없이 집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꽤 오랜 정적이 흘렀다.
"네..."
새벽이었다. 민규는 괜히 원우가 잠든 방문 앞을 서성 거렸다. 조금만 더 느리적 거리면 배를 못 탈 텐데도 어쩐지 서운한 마음에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원우라고 섬에 들어와 마냥 놀기만 할 순 없었다. 며칠째 지훈에게 받은 자료를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을 짜느라 새벽 내내 잠을 자지 못하다 겨우 잠이 들었다. 아무리 잠귀가 밝은 원우라고 하지만 민규가 방을 한 바퀴 도는 것에도 깨지 못했다. 민규는 입을 삐죽이면서 세상 모르게 자는 원우 안경을 빼주고 배를 타러 출발했다.
민규는 어쩐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몇 년이나 혼자 걷던 골목이 허전하다고 느껴졌다. 민규는 자신의 슬리퍼를 끌며 뒤따르던 원우가 있던 골목에서 잠시 멈춰섰다. 다시 조금 걷다 개똥을 밟은 골목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담배 연기가 스으윽 흩어지며 그 사이로 보이던 원우의 얼굴....
"아 배 놓치겠다"
민규는 달리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도 민규는 상태가 좋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원우로 보였다. 키가 작은 원우. 뚱뚱한 원우. 마른 원우. 검은 원우. 선생님 원우... 순영이 원우.
민규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열심히 달려 여서도에 도착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선 집은 무척 조용했다. 이제는 원우의 것이라고 해도 무방한 민규의 슬리퍼는 마루 아래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민규가 학교에서 다녀올 때면 마루에 앉아 다리를 흔들 거리던 원우가 없었다. 원우가 묵고 있던 방을 열자 원우도 원우의 슈트도 없었다.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그렇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민규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한숨이 나왔다. 곧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환한 표정으로 대문을 바라본 민규는 크게 실망하고 다시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아들 그래서 땅이 파지겠냐"
"원우형 어디 갔어?"
"삽이나 들고 따라와"
"아빠아 원우형 집에 갔어?"
무표정으로 삽을 건네준 김씨는 휘적휘적 앞장섰다. 민규는 자신의 아빠에게서 원우를 찾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멍멍이 왔네? 어? 야 너 왜 그래? 왜 이렇게 앵겨. 아 좀 떨어져 봐... 야 너 울어? 왜 울어? 학교에서 삥뜯겼어? 형아 출동해??"
코를 훌쩍이며 삽질을 하는 민규 등판을 보고 원우가 푸스스 웃었다. 원우는 민규의 너른 등판 바라보다가 얼굴에 장난기를 한가득 담고 낭창낭창 달려갔다. 민규 엉덩이 토닥토닥하며 원우가 크게 웃었다.
"우리 멍멍이 형아 집에 갔을까 봐 울어쪄여?? 구래쪄여???"
"아이씨 그만 해요"
"구만훼여어~~~"
"아이 진짜"
"아이진쫘아아아~~~"
깔깔깔 웃는 원우 웃음소리가 여서도에 울려 퍼졌다. 어디선가 호미가 휙 하고 날라와 정확하게 원우와 민규 옆에 떨어졌다.
"그만 떠들고 밥값 해"
"야 너희 아빠 뭐 하는 사람이냐"
소곤소곤 묻는 원우를 무시하고 민규가 코를 훌쩍였다.
"우리 멍멍이 또 삐졌네"
여서도에 원우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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